해외 작가

낙서같은 그림, 추상주의 사이 톰블리(Cy Twombly)

끄적밍밍이 2019. 10. 16. 15:44

사이 톰블리(Cy Twombly)

1928, 4, 25~2011, 7, 5

미국의 핵심적인 추상표현주의 2세대 화가이다. 그라피티 아트의 거장인 바스키아와 해링 등 후대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1928년 미국 버지니아 렉싱턴에서 태어난 톰블리는 1947년부터 1951년까지 보스턴 미술관학교와 뉴욕의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공부했다. 1951년 동료인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권유로 블랙마운틴대학(현대미술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학교이다)에 입학했다.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로버트 머더웰은 자신이 가르칠 것이 없다며 아트 딜러인 샘 쿠츠를 소개해주었고 덕분에 톰블리는 1951년 '뉴욕 쿠츠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톰블리는 그림과 낙서, 드로잉을 장난스럽게 결한하는 전에 없던 실험적인 양식을 선보였다. 그는 매체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색다르고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특유의 선묘와 서투른 글자체, 숫자와 상징적인 기호로 풀어내는 그의 작품은 직관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이런 상징적인 표현은 톰블리가 미 복무 기간 동안 암호학자로 봉사했던 경험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지난 2011년 타계하기 전까지 관습적인 묘사와 화풍에 반하는 독창적 양식의 작품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1953년 뉴욕에 정착한 톰블리는 라우센버그와 작업실을 함께쓰면서 자신만의 캘리그래피적인 요소와 낙서 같은 묘사들로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갔다. 고대 신화와 시, 역사 등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종종 자신의 작품 제목으로 차용하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그리고 지우며 흔적을 남기는 톰블리의 작업을 보면 마치 우리들이 어렸을때 벽면에 아무렇게나 찍어 바르던 엄마의 립스틱이나 크레파스 낙서가 생각난다. 톰블리는 온몸으로 느껴지는 전율을 손끝으로 모아 화면에 풀어냈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가 작가의 깊은 철학과 성찰이 붓을 통해 화면에 표출되었다고 한다면 톰블리의 작품에는 이우환의 작업 원리에 잭슨 폴록의 오토마티즘(자동기술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선과 도식적 기호들이 본능에 충실한 어린아이 같고, 다듬어지지 않은 선묘들은 더 역동적이고 날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극대화시킨다. 톰블리는 생전에 많은 미술사조와 양식들을 꾸준히 자신의 작업 구상 과정에 수용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게 작품이 본능적이면서도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이유인 것 같다.